2021년 주임신부 사목지향

2021년도 사목지향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

수유동 본당의 모든 교우 여러분!
경험이 없는 본당신부로 인해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 주시고 격려해 주시며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년 사목 계획서를 준비하며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었나 돌아보니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결론은 서툴다라는 말입니다. 이걸 생각해 주시면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2021년은 우리가 주님께 이끌리는 신앙인이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다음과 같은 우리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어깨의 힘을 빼는 것입니다.
우리의 고집을 줄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완고함을 깨는 것입니다.

사랑의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우리 또한 사랑에 물들여져야 합니다. 사랑의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가 사랑이란 이름의 하느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가짜입니다.

제가 새신부로 아버지 신부님을 찾아뵌 적이 있습니다. 그때 신부님은 제게 “1년 안에(새 신부 시절 동안) 성인 신부 소리를 못 들으면 넌 가짜야!”라는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1년 후 저의 후배 신부가 생겼을 때 교우들로부터 성인 신부라는 소리를 못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지금도 신부님의 ‘새 신부가 성인이란 소릴 못 들으면 넌 가짜야!’라는 소리를 계속 기억하며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새신부 시절. 성인이란 소릴 듣지 못한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음을 깨닫습니다. 만약 제가 성인이란 소릴 들었다면 저는 겸손이란 단어와는 상관없이 살았을 것입니다. 위도 아래도 없이 저 잘난 맛에 주님도 몰라보고 살았을 것입니다.

어떤 면으로 보면 우리의 부족함도 주님이 주신 보물이란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으로 보물하면 우리에게 영광과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보물로 인해 하느님도 모르고 겸손이란 심성도 놓치게 된다면 그것이 과연 보물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에서 겪게 되는 모든 것들이 보물이고 지금이 중요하며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야 하는 것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라고 믿게 됩니다.

수유동 본당의 모든 교우 여러분!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 주님의 뜻에 맞는지 안개 속에 있어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산다고 사회가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지도 않습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마중물까지도 바닥이 나서 갈증만 심하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님! 저희에게 지혜를 주소서.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여유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고 삐그덕 거리는 만남에 거리를 두어 서로가 아프지 않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지요. 특히 사제에게 월요일은 그런 여유 공간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첫 본당의 보좌신부 시절. 무작정 서울역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부산 해운대를 갔습니다. 휴가때 한번 갔던 인연이 있어 그냥 편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장소입니다. 특히 차를 마시며 해운대 백사장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날도 그곳에 앉아 차를 마시며 바닷가를 무심히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중고등학생 정도의 남녀 아이들이 서로 물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이 밀려가면 따라가고 밀려오면 도망치는 모습이 즐겁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해서 바라보니 아이들이 두 부류로 갈라졌습니다. 한 부류의 아이들은 비를 피해 달려가고 있었고 한 부류의 아이들은 조금 전보다도 더 신나게 노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바닷물 때문에 옷이 젖는 것도 걱정이 되지 않은 듯 바다에 뛰어들어 서로 첨벙거리며 노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모습이 저렇게 아름다운데 사람이 서로 하나가 된다면 얼마나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성서 구절이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였습니다.
주님은 왜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가 하나 되길 원하셨을까요? 그것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아름답게 살아가길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우리는 몇 년 사는 인생이 아닌 영원히 살아야 하는 사람이기에 주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하나가 되기 위한 우리의 실천사항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처음에 말씀드렸던 내용입니다.
어깨의 힘을 빼는 것입니다.
우리의 고집을 줄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완고함을 깨는 것입니다.

교구장님은 2021년 사목 교서의 주제를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교구 공동체-로 정하시며 교구의 모든 신자들과 본당 및 기관이 힘을 모아 주시기를 부탁하셨습니다.

이렇듯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믿음의 공동체’, ‘희망의 공동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주님께 이끌리는 신앙인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실천은 “힘을 빼고, 고집을 줄이고, 완고함을 깨는” 작업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사목 위원들이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구역장 반장님들 그리고 단체장님들이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당연직으로 레지오 마리에 단원들의 기도와 활동을 통해 열매를 맺길 희망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주교 회의에서 보내준 자료로 대신할까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입니다. 2020년의 아픔이 2021년의 성장과 성숙으로 이어지길 기도하며 수유동 본당 모든 교우들의 영육 간의 건강을 위해 기도로 함께 하겠습니다.

 

2020년 성탄을 기다리며

천주교 수유동 성당
주임신부 장광재 요아킴

 

 


주교회의 자료

1. 가정 공동체의 실천 지침

1) 가정 공동체의 중요성
생태적 삶의 궁극적인 출발점은 바로 가정입니다. 가정에서 우리는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보여 주는 법을 처음 배웁니다. 예를 들어, 사물의 올바른 사용, 질서, 청결, 지역 생태계 존중, 모든 피조물 보호를 배우기 때문입니다(「찬미받으소서」, 213항 참조). 가정의 변화는 사회와 세상 변화의 시작이자 원동력입니다. 따라서 가정에서부터 어린이들이 하느님 창조의 신비와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해 섬세하게 배려하는 자세를 부모에게서 배우는 것은 가장 강력한 신앙의 증거가 됩니다. 이를 위해서 신자부모들은 끊임없이 창조 질서에 관한 교회의 사회 교리를 배우고 신앙으로 고무되어야 합니다.

또한, 하느님 창조의 일꾼으로서 피조물의 평화를 위하여 가정에서부터 기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기도할 수 있듯이, 병들어 신음하는 생태계를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도의 내용과는 달리 ‘기도 따로, 행동 따로’라고 한다면 그것은 참된 기도라 말할 수 없습니다. 피조물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면서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기도한 바를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기도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에 부합한 행동을 동시에 요청하므로, 가정에서부터 하느님의 창조를 위해 기도하는 일은 바로 창조 질서를 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됩니다.

2. 본당 공동체의 실천 지침

1) 본당 공동체의 중요성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가톨릭 신자들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바로 본당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생태적 활동은 본당 직무의 근본적인 부분으로, 소수의 봉사자들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본당 사목자와 신자들 모두는 소속 단체와 위원회를 통해 유기적인 만남과 소통을 이어가면서 생태적 회개에 대한 비전을 찾고 행동해 나가야 합니다.

2) 실천사항
⓵ 사목 협의회
- 본당의 사목 협의회는 본당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하기 위해 본당 공동체의 목자인 주임신부의 자문 및 의결기구로서 공동체의 제반 사항을 연구, 심의, 평가하고 실천 방안을 모색, 추진하는 기구입니다.
- 본당의 사목 협의회는 ‘생태적 회개’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되, 기도와 교육 및 실천의 차원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⓶ 본당 봉사자
- 본당 봉사자들은 창조 질서 보전 운동을 촉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본당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 본당 봉사자들은 그리스도의 삼중 직무 가운데서 사제직과 봉사직에만 머물지 말고 이 시대의 등불이 될 수 있는 예언직을 충실히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 본당 봉사자들은 창조 질서 보전을 본당 안에서 촉진시키기 위해 신학과 교회의 가르침, 특히 생태적 교육에 관한 지속적인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⓷ 전례분과
- 성찬례는 “환경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위한 빛의 원천이며 동기로 우리가 모든 피조물의 관리자가 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찬미받으소서」, 236항)고 일깨웁니다. 곧 성사 생활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 전례 안에서 ‘생태적 회개’에 대한 기도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합시다.
-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피조물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는 생태적 기도를 전례 안에서 정기적으로 계획하고 활성화해야 합니다.
- 전례 안에서 거행되는 성사(聖事)가 기후 위기에 처해 있는 지구의 비상 상황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윤리적인 책임과 평화 및 창조 의미를 회복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봅시다.

⓸ 청소년분과
- 주일학교 교육 과정에 성경에 나타난 창조론과 생태적 회개에 대한 주제를 강화하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 청소년들에게 물과 공기, 불, 지구, 동물 등 자연과 접촉하며 느끼는 고마움을 표현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기능의 중요성보다 인격이 완성되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 청소년 캠프와 피정을 준비할 때, 자연 안에서 창조적이고 사회적이면서도 영성적인 양식을 얻도록 계획해야 합니다.
- 창조의 아름다운 신비에 대해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게 하고, 자연 안에서 참된 기쁨을 얻도록 용기를 줍니다.
- 생태적 회개와 관련된 주제로 노래 대회나 글짓기,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갖습니다.
- 생명을 돌보고 관찰할 수 있도록 나무 심는 운동을 실천합니다.

⓹ 청·장년회 및 노인분과
- 청·장년회 및 노인대학의 교육 과정에 ‘생태적 회개’에 대한 강좌가 필요 합니다.
- 본당 안에서 활동하는 청·장년회 및 노인분과에서는 ‘현재와 미래 세대들을 위하여 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순환 방식을 도입하고 재생 불가능한 자원 사용을 제한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22항 참조). 현재의 경제체제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부추겨서 이익을 얻지만 폐기물이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자원의 재활용을 통하여 이 러한 폐기물들의 발생량을 줄임으로써 ‘순환형 경제체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 본당의 시설분과에 대한 관심을 갖고, 본당 공동체가 녹색 에너지(태양광, 태양열)시설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행동해야 하겠습니다.
- 본당 공동체에서는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이기”(「찬미받으소서」, 49항) 위하여, 시설의 여유 공간이나 지역 사회의 제도를 활용하여 사회적 약자(난민, 이주민, 장애인, 노인 등)와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마련해 나가야 합니다.

⓺ 여성분과
- 한국 교회 구성원의 70% 이상이 여성 신자이며, 본당에서도 여성 신자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여성분과(자모회, 성모회 등)에 대한 생태적 교육을 통하여 본당 안에서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계획될 수 있습니다.
- 여성분과 안에서 다양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며, 특히 생태-여성 신학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강좌가 필요합니다. 생태-여성신학은 인간 중심적인 신학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이 신성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 여성분과에 있는 여성 신자들이 창조 질서에 대한 교육을 충실히 받고 가정과 본당 및 사회 안에서 중요한 여성 봉사자가 될 수 있도록 사목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⓻ 생태환경분과
- 본당 사목 평의회 산하에 ‘생태환경분과’를 설치하여 생태 문제를 담당하게 합니다.
- ‘생태환경분과’의 담당자는 본당 공동체 안에서 생태 문제와 연관된 모든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행동해 나가야 합니다.
- 본당 차원의 각종 행사도 친환경적으로 계획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생태환경분과’는 창조 질서와 연관된 공동체의 관심 사항을 본당 사목평의회의 의제로 제기하고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⓼ 우리농촌살리기운동
- 창조질서를 보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먹거리입니다. 생태적회개 운동을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는 음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본당 신자들이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우리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입니다.
-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본당 주일학교에 제공되는 간식과 먹을거리들을 친환경적인 생명의 먹을거리가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 본당 공동체 안에 우리 농산물 직거래 매장을 설치하여 생태적 교육의 효과가 본당 안에서 직접 실현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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