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로야, 이리 나와라”(요한 11,43)
수유동 본당의 모든 교우 여러분!
여러분과 신앙여정을 함께 걷게 된 주임신부입니다. 2025년 희년을 맞이하면서 수유동 본당 공동체 여러분들 모두에게 주님이 마련하신 최고의 선물이 올 한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희년을 맞아 본당신부로써 저는 우리 수유동 공동체를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그리고 우리 공동체에 살아 숨쉬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궁금합니다. 지난 세월 이곳에서 여러분이 느꼈던 헤아릴 수 없는 희노애락, 그리고 그 안에서 활동하신 성령의 섭리들이 궁금합니다. 지난 60여년 동안에 수유동 공동체를 이끄신 그리스도의 손가락을 목격하고 그 증인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던 라자로를 무덤에서 불러내셨던 예수님의 외침이 우리 공동체의 구석구석에 닿지 않는 곳없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희망찬 초대가 수유동 공동체 구성원들 각자의 영혼에 거부할 수 없는 울림으로 공명되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서울대교구는 희년을 맞아 다음의 세가지 구체적 지침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희망하는 교회, 순례하는 교회, 그리고 선포하는 교회가 그 방향성입니다.
희망. 오늘날 희망이라는 단어는 순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들의 단어처럼 전락해버린 듯 합니다. 그리하여 신앙공동체 안에도 어느순간 비관주의와 냉소주의가 우리를 위협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청년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답게 우리들 모두 라자로의 응답을 기다리던 예수님의 마음으로 희망을 품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말과 표정, 그리고 행동이 그 희망의 증거가 되도록 합시다.
순례. 우리공동체의 신앙이 단순히 수유동 성당이라는 공간과 전례라는 시간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 연결고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들 각자의 진심이 서로의 내면 깊은 곳 부드럽고 여린 그 마음에 가 닿기를 기도합니다. 각각의 내면에 자리잡은 그 지성소는 예수그리스도 그분께서 머무시는 곳이기에 거룩한 곳이고, 그곳에 우리의 기도가 가 닿는다면 그것이 영적인 성지 순례가 될 것입니다.
선포. 내가 체험하고 깨달은 것을 나의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 그것이 비로소 ‘선포’가 됩니다. 단순히 말을 옮기는 기계적 스피커의 역할이 아니라, 내가 만난 하느님을 나의 목소리와 나의 어조로 표현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합시다. 하나의 악기가 연주하는 독주가 아니라 수많은 악기들이 각각 제 소리를 내어 이루어내는 교향곡이 될 수 있도록 합시다.
아무리 거창한 일이라도 사사로와 보이는 작은 부분이 흐트러져있다면 결실을 얻기에 위태롭습니다. 희망, 순례, 선포라는 거창한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우리들의 기본적인 태도를 돌아봅시다. 서로에게 건네는 인사에 미소 한스푼, 밝은 목소리 한스푼을 더해봅시다. 자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엔 스피커 볼륨을 줄이고 타인의 장점과 아픔을 읽는 마음에는 안테나를 길게 뽑읍시다. 더 이상 코로나가 우리들의 머뭇거림의 핑계꺼리가 되지 않도록합시다. 방역수칙에 철저했던 바로 그 만큼 이제는 복음 실천에 힘을 더 쏟아보도록 합시다. 자연스레 교회에서 멀어진 이들에게 안부를 묻고, 그들의 사정을 배려하면서 조심스럽고 사려깊게 권고의 말을 전하고 공동체로 다시금 초대합시다.
사랑하는 수유동 본당 교우 여러분, 교구장님의 사목교서를 중심으로 성직자, 수도자들, 그리고 사목위원분들을 비롯한 구, 반장님들, 단체장분들, 레지오 단원들, 그리고 드러나지 않게 봉사하고 계시는 수많은 봉사자분들과 함께 여러분들의 기도와 관심을 요청합니다. 부족한 우리의 정성에 성령께서 함께 하시고 성모님께서 전구해 주시며 그리스도께서 완성해주시시라 굳게 믿습니다.
2025년 수유동 성당
주임신부 남창현 토마스 아퀴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