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사목교서

2024년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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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선교이십니다
시노드 교회는 선교하는 교회입니다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선교, 참여”
시노드 교회를 향해서 계속 걸어갑시다

교구의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하느님의 축복이 교구의 모든 형제들과 자매들께 충만하길 기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2021년 10월 10일 시노드 개막 미사를 집전하심으로써 ‘2021~2023 제16차 시노드’를 시작하셨습니다. 그 주제는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선교’(For a synodal Church: communion, participation and mission)이고, 그 회기를 1년 연장하여 2024년 10월 말에 폐막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시노드 관련 법규를 수정하셔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대의원 주교들의 회의체(‘주교대의원회’)로서의 시노드와는 달리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시노드’로 우리를 초대하셨습니다.

우리는 2022년 상반기에 진행되었던 ‘교구 차원의 시노드’를 통해 ‘시노드’에 대해, 또 이번 ‘제16차 시노드’의 지향점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교구 차원을 넘어, 나라 전체의 주교회의 차원과 그 너머 대륙별 차원까지 진행된 터라, 어쩌면 ‘이제 시노드는 우리 손을 떠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교황님께서 시노드 관련 규정을 수정하시면서까지, 그리고 회기를 2024년 10월까지 연장하시면서까지 이 시노드가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고 교회가 앞으로 내내 걸어가야 할 모습이고 구현해야 할 지향점임을 강조하고자 하십니다. 그러므로 저는 우리 서울대교구의 2024년 사목교서를 통해 ‘시노드 교회란 선교하는 교회’임을 강조하면서 “시노드 교회를 향해서 계속 걸어갑시다.”라고 호소하고자 합니다.

교구 차원의 시노드 경험 안에서, 본당 차원의 시노드나 각 공동체 차원의 시노드에 이르기까지,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시노드는 단순히 ‘지금 우리 공동체의 현황이 무엇이고, 문제점이 무엇이니 앞으로 이렇게 개선해 보자’는 정도의 결의를 하는 나눔이 아닙니다.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친교, 선교, 참여(For a synodal Church: communion, mission and participation)라는 이번 제16차 시노드의 주제는 ‘우리 교회가 어떤 모습의 교회로 살아야 하는가?’ 하는 교회론적인 방향성의 제시이고, 우리 모두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할 지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주제가 드러내는 바가, “시노드 교회란 바로 ‘친교, 선교, 참여’의 교회”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시노드 교회는 결국 ‘선교하는 교회’ 곧 교회의 본질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선교’란 단순히 세례 받은 신자 수를 늘리는 일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선교는 “종교적 산물의 마케팅”이 아니며,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삶 자체가 선포가 된다.”라고 이번 시노드 의안집(52항)은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생활은 단지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계명을 지키며 착하게 살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해방시키는 한 인격과의 만남, 곧 구원자 하느님, 살아계신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여정이요, 그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만나고, 그 사랑에 감화되어 우리도 사랑의 여정에 동참하는 것이 신앙생활입니다. 선교는 좋으신 하느님을 만난 그 기쁨을 몸소 살고 증언하는 일입니다. 선교란,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신앙생활입니다. 선교의 토대는 바로 삼위일체 하느님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드님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요한3,16) 이렇게 예수님의 생애가 성부로부터 파견되어 행하신 선교의 삶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말과 행동과 인격은 하느님께서 피조물 안에 현존하시는 방식을 드러내고 성사화(聖事化)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선교는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바로 선교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만난 그리스도인은 모두 선교사입니다.”(복음의 기쁨 120항)

이번 시노드의 주제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친교, 선교, 참여’ 속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친교’(Communio)란 그저 사회적, 사교적 만남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결합’이라는 수직적 차원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라는 수평적 차원이 있다고 시노드 의안집(46항)은 설명합니다. 시노드 교회가 지향하는 ‘친교’란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인격적 만남을 포함합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 성사와 말씀, 그리고 기도 등이 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과의 친교를 바탕으로 ‘우리 모두의 일치’라는 친교의 수평적 차원이 비로소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친교’ 안에는 하느님 앞에서 ‘본연의 나’ 자신과 맺는 친교(Communio)도 있습니다. 세상이 주는 물질적 풍요로움과 감각적 화려함이나 안락함에 참행복이 있는 것처럼 매달릴 때, ‘나’는 ‘껍데기 나’에 매달리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본연의 나’를 만나고 그 ‘참된 나’를 하느님 안에서 받아들이고 내 존재를 감사하게 되는 것도 ‘친교’의 한 차원입니다.

‘선교’(Missio)는 ‘친교’(Communio)를 지향하고 ‘친교는 선교적입니다.’ 선교는 인간적이고 세상적인 논리 대신에 하느님의 논리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모든 차원이 변화하여야 합니다. 교회로 볼 때 이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더욱 넓은 지역이나 더욱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상반되는 인간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 사항, 사고방식, 영감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변화시키고 바로잡는 것이기도 합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19항) 그러기 위해서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인격적 만남, 곧 친교는 선교의 필수적 전제이고 지향입니다.

‘참여’(Participation)는 ‘함께 가는 길’(syn-odos)이라는 시노드의 어원적 뜻을 잘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인 모두가, 하느님의 백성이요 하느님의 사랑받는 피조물로서, 영원한 생명이요 사랑이신 하느님께 나아오도록 함께 부르심 받은 주인공들입니다. 사회적인 지위나 물질적 조건에 무관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하느님 앞에서 세상의 주인공입니다. 특히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 사회적 약자들이 다 함께 세상의 주인공임을느끼고체험할수있도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애써야 합니다. ‘복지주의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가 향하고 있는 새 하늘, 새 땅의 논리를 앞당기면서... 그분들을 동등한 품위를 지닌 존재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 2024년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그 ‘시노드 교회’를 향해서 힘차게 계속 걸어가는 한 해가 됩시다. 하느님과 깊은 인격적 만남 안에서 형제자매들을 새로운 존재로 만나 나를 넘어 ‘하느님 안에서 우리’를 만들어 가고, 그 누구도 소외됨 없이 모두가 세상의 주인공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면서, 복음의 빛과 기쁨이 사회 안에 매력적으로 풍겨 나가는 그런 교회를 만들어 갑시다.

특별히 2027년에 한국 교회 모두가 참여하고, 서울대교구에서 주최하게 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함께 준비해 가면서, 청소년·청년들의 준비 여정이 교회와 사회의 청년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 기도하며 함께 참여하도록 합시다.

교회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 땅에 복음의 빛을 전하신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3년 대림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 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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