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수), 교우들에게 보내는 편지안녕하십니까^^ 갑작스러운 문자에 혹여 놀라셨는지요? 저는 이번 교구 인사 발령으로 우리 수유동 본당의 새로운 식구가 된 진슬기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입니다. 하여 부임 인사를 여러분의 얼굴을 마주 뵈오며 드리는 것이 마땅할 텐데, 코로나19의 여파가 여전히 녹록하지 않은 터라 이렇게 문자로나마 인사 올립니다. 무엇보다 이 엄혹한 시기에도 주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전구하심으로 우리 수유동 본당 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영육 간의 건강과 평안함이 늘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아울러 이러한 여러분의 영적 여정에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데, 저는 저보다도 영세를 늦게 받으신 어머니께서 영세도 받기 전, 매일 아침밥을 푸기에 앞서 새 밥 위에 주걱으로 십자표를 긋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갓 지은 밥이 서로 뭉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하는 어머니들의 상식적인 ‘새 밥 뒤적임’이기도 하겠지만, S라인의 S자도, V라인의 V자도 아닌 +자 표시의 그 뒤적임이 그저 아무 의미 없는 것만은 아님을 깨달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합니다;;; 네, 어머니는 아마도 그 밥을 먹을 가족들에게 십자표의 은총이, 하느님의 십자가 은총이 가득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 밥을 뒤적이셨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어머니의 맘, 엄마의 가족에 대한 사랑일 테니까요. 하여, 저는 그 누구를 위해 진심으로 저리 십자표를 그어본 적이 있는지 돌아봅니다. 아무 뜻 없이 하는 십자표에도 분명 그 능력이 있겠지만, 저런 사랑을 담은 십자표에는 비할 수가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이에 수유동 본당의 부임 인사를 드리며, 이제부터라도 우리 수유동 공동체 가족분들을 위해 진정 저러한 십자성호를 긋고자 합니다. 주님의 빵 아니 우리네로 보자면 주님의 밥을 따숩게 내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금 저를 수유동 한 가족으로 맞아주심에 감사드리며...성당에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 (특별히 청년 여러분들을 위해서 저는 ‘수유동 대나무숲’에서 상시 대기 중입니다^^ 뭔 말인지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일단 한 번 와보세요^.~) 진슬기 (T.아퀴나스) 부주임 신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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