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주보(공지사항)

사순시기에 보내는 편지 _ 이 요셉 신부

수유동성당 0 1,123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문제로, 모든 사람들이 꽤 오랜 시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분들이 코로나19의 확산 방지, 그리고 치유와 회복을 위해 애쓰고 계십니다.

신자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고통스러워하며 이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되기를 기도하고 계실 것입니다.

한 달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서로 조심하고 살피느라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이미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지치고 피곤해져 있습니다.

사상 최악의 상황에, 한국 천주교 역사상 선례 없는 "미사 중단" 사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서울대교구도 "2월 말부터 45일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미사와 행사, 모임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시기를 차분하고 경건하게 시작했겠지만,

우리는 유례 없는 상황에, 전례 없이 침체된 사순시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재의 수요일"에 행하는 '재 바름 예식''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게 하며,

그렇게 시작한 사순시기는, 하느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시기입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맞이한 사순 시기. 평소처럼의 미사와 전례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일상의 삶 안에서도 사순시기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나와 타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더 이상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해,

개인의 위생에 더욱 철저히 신경 쓰면서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모두들 손을 깨끗이 씻고, 수시로 소독하며, 나와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강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조심하고 또 조심합니다.

우리의 몸도, 밖에서 오는 나쁜 것들을 물리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늘 깨어 바삐 움직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몸의 건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건강입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도 있고, “사람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도 있습니다.

의지와 희망이 꺾인 사람은 곧 몸도 시들해지고, 삶에 필요한 생기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신앙인이란, 몸과 마음을 느님께 봉헌한 사람, 곧 하느님의 뜻에 자기의 모두를 맡긴 사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 모든 이에게 은총과 복을 내려주시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의 일입니다.

하느님과의 친교, 주님과의 관계 안에서 우리에게도 분명한 역할과 책임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마음 안에 침투하는 유혹과 흔들림, 게으름 같은 것들을, 신앙인은 "더욱 능동적으로" 방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은 의지적으로 노력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사랑의 계명을 새깁니다.

지금 이 상황은, 신앙의 면역력이 아직 약한 사람에게는 작은 유혹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미사 대신, 묵주기도와 독서-복음 묵상을 하며 지금 이 순간 하느님의 말씀을 새깁니다.

지금 이 시간이 작은 고난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의 강인한 의지와 믿음을 꺾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품고, 나와 타인을 생각하며 굳건한 마음을 가진다면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미사와 기도 모임 대신 침묵의 기도로 함께한 '사순시기'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머리에 재를 얹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 하느님의 뜻을 돌아볼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사순이지만, 몸과 마음을 잘 준비해서 더욱 기쁘게 부활에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머지않아 다시 본당 공동체에 모여, 함께 한 목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게 될 날을 기다리며,

겸허하게, 그리고 보다 거룩하게 사순시기와 성주간을 보낼 수 있는 은총을 청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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