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를 시작하며] _ 이 요셉 신부 올림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문제로, 국내와 해외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SARS, MERS와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이지만, 전파력과 피해 정도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상 최악의 상황에, 한국 천주교 역사상 선례 없는 "미사 중단" 사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서울대교구도 "3월 10일까지"의 모든 미사와 행사, 모임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시기를 시작했어야 하지만, 우리는 유례 없는 상황에, 전례 없이 침체된 사순시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재의 수요일"에 행하는 '재 바름 예식'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게 하며, 사순시기는, 하느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시기입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맞이한 사순 시기. 평소처럼의 미사와 전례는 함께하지 못하지만, 일상의 삶 안에서도 사순시기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나와 타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개인의 위생에 신경 쓰고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지금 이 상황이, 신앙의 면역력이 아직 약한 사람에게는 작은 유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몸 안에 병균이 침투하면, 사람의 몸은 그것을 물리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바삐 움직입니다. 마음 안에 침투하는 유혹과 흔들림, 게으름 같은 것들도 "스스로" 방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은 의지적으로 노력하며, 하느님의 길을 걸으며 유혹을 막아내야 합니다.
주일미사 대신, 묵주기도와 독서-복음 묵상을 하며 신앙인으로서의 감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매일의 복음을 읽으며, 지금 이 순간 하느님께서 건네시는 말씀을 새길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이 작은 고난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의 강인한 의지와 믿음을 꺾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품고, 나와 타인을 생각하며 굳건한 마음을 가진다면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재의 수요일'이 침울하고 고요하게 지나갔습니다. 함께 머리에 재를 얹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과 하느님의 뜻을 돌아볼 기회이기도 합니다. 머지않아 다시 본당 공동체에 모여 함께, 한 목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게 될 날을 기다리며, 겸허하게, 그리고 보다 거룩하게 사순시기를 함께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기도 안에서 만나기를 소망하며, 두 손 모아. 이 요셉 신부 올림.
( 내용 일부 참고 : 연희동 성당 "박민재 미카엘" 신부님의 카드뉴스 * locat_foryouth의 Instagr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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